공기청정기
해가 바뀌고 한 살을 더 먹어 오늘도 마지막 20대의 어떤 하루를 보내고 있다. 올해부터 평소에 없던 증상들이 생겼는데 그 중 하나가 건강 염려증이다. 나의 건강을 염려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늦었다며 미세먼지고 방사능이고 쿨하게 지내볼랬는데 일상이 되어버린 미세먼지에 관해서는 뭐라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밖에서 미세먼지와 뒹굴다 집에 들어오면 왠지 껄끄러웠다. 콧속이 불쾌해지는 주기도 짧아졌고.
그래서 공기청정기를 샀다. 예상보다 부피가 커 이따금 이사 걱정이 앞서지만, 사고야 말았다. 효과 확실하다는 후기만 몇십 개는 본 거 같은데 아직 저 친구의 일하는 스타일 파악이 안 됐다. 인증마크가 몇개든 나는 의심하는 사람이니까. 진짜 청정해지는 거 맞아?
파란불-주황불-빨간불 순으로 공기가 좋지 않은 신호인데
방에서 마른 수건을 탈탈 털어도 파란 불
청소기를 돌려도 파란 불
이제 좀 깨끗해졌다 싶었는데 빨간 불 켜고 열일하기 시작.
뭐가 드릅다는 거냐 너.
하루종일 켜놓고 너를 알아가는 시간을 갖자니
차가운 바람이 계속 나와 방이 추워진다.
노골적으로 확인하려면 입구에 대놓고 방귀를 뀌어보라는데, 아직 못해봤다.
아, 글을 쓰는 이순간 갑자기 또 빨개졌다.
뒷담화를 눈치챈건가....•_•
그만 해야겠다. 그만할게 응.
내 움직임과 행동 반경에 반응하는 신기한 기계.
아직은 미덥지만, 내 호흡기를 잘 부탁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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