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을 기르기엔 난 너무 게을러
인스타 팔로우 중인 큐레이션 책방을 통해 알게된 책.
책 제목이 식물을 곧잘 죽이는 나를 끌어당겼다.
최근 N년간 내게 들어오는 식물은... 대부분 죽어 나갔다.
같은 사무실에서 같은 다육이를 길러도 내 다육이는 시름시름 앓다가 몇 달 안에 죽어버렸고
첫 자취를 기념하여 들인 잎이 올망졸망한 화분 세개도 잎 끝이 말라가면서 겨울나기를 실패했다.
내가 뭔가 잘못한 걸까?
햇빛과 물을 주는 일은 성실했다고 자부할 수 있다.
(사실 15일에 한번만 주면 되는 식물들은 가끔 날짜를 까먹어 더 빨리 주거나, 더 늦게 준 적이 있긴 하지만 그게 결정적인 사인(?)일지는 잘 모르겠다)
지금에야 드는 생각으론
식물이든 동물이든 상태가 좋지 않은 시기,
다른 이의 관심과 애정이 필요한 유약한 시기가 있을 수 있는데
나는 그 시기에 접어든 식물을 보며 쉽게 포기해버린 것 같다.
"역시 나는 식물 기르는 소질이 없어", "죽어가기 시작했구나" 하며 말라가는 식물들을 외면해버렸음을 인정한다.
물이라도 한번 더 줬다면, 영양제라도 꽂아줬더라면
(심지어 공짜로 받은 영양제가 있었다!)
살아보겠다며 의지를 불태웠을 수도 있을텐데.. 내가 많이 미안해에
다소 죄책감을 느끼며 죽죽 읽어 내려갔는데
식물 뿐 아니라 관계에 대한 통찰이 있는 책이었다.
어쩌면 사람과의 관계도 조금은 쉽게 포기했던
나으 새침한 과거도 이따금 생각하며...
- 아주 예쁘지만 들고 있으면 무거워서 팔이 저리는 좋은 기억들. 언젠가는 시들 날이 오겠지. 옆자리에 있는 꽃다발을 보며 생각한다.
- 어쩌면 우리는 단지 사랑할 존재가 필요한지도 모른다. 그게 이기적인 욕심이든, 소통하고자 하는 욕구이든 간에.
그러고 보면 사람들은 사랑을 참 좋아해. 하지만 사랑할 것을 찾기란 어렵지. 수조가 살아 있는 것으로 채워질 날이 올까? 지금은 왠지 그런 날이 영영 오지 않을 것만 같다. - 상처는 예상치 못한 것이 갑작스럽게 날아왔을 때나 받는 것이니까. 익숙한 것이 지나갈 때는 다치지 않는다. 따분할 뿐
- 미련은 과거에 대한 감정이고, 희망은 미래에 대한 감정이다. 싹이 과거에 이미 죽었는지 아니면 미래에 다시 살아날지 나는 알 수 없다. 이런 경우에 내가 품고 있는 감정은 무엇이라 불러야 할까. 되돌릴 수 없는 것과 바꿀 수 있는 것. 그 사이에 있는 것을 현재라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언제나 현재에 있다. 미련과 희망을 동시에 품고서. - 인간은 때때로 감정 때문에 약해진다. 인간의 마음은 쓸데없이 복잡하고 섬세하다. 마음을 없애면 더 강해질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그럴 수는 없을 것 같다.
강한 사람이라는 건 마음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마음이 어두울 때도 해야 하는 일을 계속 해나가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 살다 보면 내 일만으로도 머릿속이 복잡하다. 해결해야 할 일은 끝없이 있다. 그럼에도 나와 다른 존재에게 관심을 갖고 그 존재가 사라지지 않도록 애쓰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떠올리면 화가 사라진다. 그렇다면 내가 할 일은 화를 내는 게 아니라 다른 존재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거라는 생각이 든다. 내 옆의 사람, 내 근처의 동물, 우리 동네의 식물 들에게.
Easy Reading용으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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