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I met your 뚜비?
뚜비는 생후 2개월(이라고 했으나 2개월이 채 안된 무렵이었을 걸로 추정)에 우리 집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2009년 내가 고3이었던 봄~여름 쯤 이었을 것이다. 강아지 고양이만큼은 결사반대를 외치는 부모님과 살면서 강아지를 키우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근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난 것이다!!!
스냅샷처럼 기억나는 한 장면이 있다. 나는 야자를 마치고 집에 왔는데 엄마는 거실에 요를 깔고 누워서 끙끙거리는 중이셨고 오빠의 방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한숨을 폭폭 쉬며 오빠방에 좀 들어가보라며 들어갔더니 오빠는 바닥에 납작 엎드려 먼가를 열심히 쳐다보고 있었고 그 앞에 곱슬곱슬한 갈색 뭉치가 아장 아장 걸어다니고 있었다.
소리를 질렀던가?
그 이후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인생에서 가장 감격스러운 순간이었을테지?!! 어디선가(싸구려 금줄을 찬 것으로 보아 충무로 애견센터로 추정되지만 아직도 뚜비의 출처와 입양비용은 미스테리함) 오빠가 아기 초코푸들을 데리고 왔고 그렇게 강아지를 키우게 됐다. 무작정 데리고 오기. 지금 생각해보니 참 쉽고 간단한 방법이 있었는데 그걸 몰랐다 흐흐
너의 이름은,
여러 이름 후보가 거론됐는데 대부분 구렸다는 정도만 기억 난다. 아빠가 스스로 창의적인 작명인 척 하며 내놓은 '돌콩이'는 옆집 살던 늙은 요크셔테리어 '알콩이'가 무의식 중에 끼친 영향이었을 것이다. 다시 생각해도 구리다. 세탁소에서 키우는 개 이름 같달까 ㅎ..
갈색푸들 계의 김씨성 마냥 흔했던게 초코, 쿠키, 브라우니 였다. 너무 아기자기한 느낌을 피하고 싶었어서 문득 생각난 게 텔레토비에 나오는 '뚜비'였다. 갈색 피부를 가진 뭔가를 찾으려고 했던 것 같다.
원조 텔레토비 세대로서 (헛기침) 갠적으로는 뽀를 좋아했지만... 뚜비는 매력캐였다. 깨발랄하고 흥이 넘쳐서 춤을 가장 어른스럽고 리드미컬하게 췄달까. (20년가량 잊고 있던 '뚜비 모자~ 뚜비 모자~' 멜로디를 상기시켜준 정약간 님에게 이 포스팅으로나마 고마움을 표한다)
이름은 하나인데 별명은 십수개
그렇게 뚜비는 뚜비가 됐는데 우리 가족은 언어유희를 좋아하는 고로 여러 변형이름이 생겨났다. 예전에는 그 어린 것이 얼마나 혼란스러웠을까 싶었는데 지금 보니 뚜비는 누가 뭐라고 부르든 상관 안하는 편이다. 자신에게 기분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는 직감만으로 반응한다. 간식 준다 싶으면 개똥이라 불러도 달려오는 아이. 별명은 생각나는대로 쭉 써보고 생각나는대로 업데이트함
- 뚜비군(쿤,킁도 가능) 은 아빠와 내가 뚜비에게 용건이 있어 직접 그를 부를 때 쓰곤 한다. 덕내 진동한다는 점 인정.
- 김뚜비/이뚜비/똥뚜비: 김뚜비는 내가, 이뚜비는 엄마가, 똥뚜비는 아빠와 내가 부른다. 울집 유일한 김씨인 엄마는 김뚜비로 부르는 걸 극도로 싫어한다. 다들 뚜비생각은 1도 안하고 막 갖다붙인다...
- 또비/뜌비/쮸비/또르비/뚜빙이/뚜비두밥: 뚜비를 부르고자 하는 사람들이 기분이 좋을 때 쓴다. 사실 98%이상 내가 쓴다......
- 뚜빗쮸(츄): 포켓몬스터에서 토게피가 우는 소리 비슷하게 부르는 것이다. 뚜빗쮸~우↗️ 하고 귀염귀염하게 ^^. 이 호칭은 보통 뚜비에 내 얼굴 부비부비를 동반한다.
추억의 싸이월드 뚜비 사진으로 마무리
첫번째가 유일한 아가시절 사진인데 오른발을 앞으로 내놓고 앉는 자세와 가슴팍에 하얀줄 외에는 예전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자랄수록 흰 털이 많아져서 요즘말로 '애프리콧 푸들'에 가까워졌고 입가가 많이많이 길어졌다. ~_~ 이상하게 자는 사진이 좀 많다
이것도 애기 때 사진인데 이때부터 잘못된 장난끼 혹은 야생성을 길러준 것을 후회한다. 좀더 개답게 커주길 바라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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